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만달러 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3만달러 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코인 가격은 물론 관련 상장사들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다.  특히 세계 3위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 가치가 1달러 아래로 추락하면서 시장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지난 일주일 새 20% 가량 급락했다. 한국시간 11일 기준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3% 넘게 하락해 개당 3만1357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장중 한때 3만달러를 내주기도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7월 21일 이후 처음이다.  

이더리움도 지난 10일 220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가인 4891달러와 비교하면 55% 넘게 하락한 것이다. 

시장은 하락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 전환에 가상자산 시장도 주식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 투자 전문지 배런스(Barrons)는 "미국 인플레이션 수치가 40년 만에 고점을 맞으면서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에 공격적으로 움직였고, 이러한 추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더 높은 대출 비용은 경제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고, 이는 경기 침체 우려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을 팔고 있다는 것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제외 알트코인들의 가격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올초 개당 1800원 대에서 거래됐던 클레이(KLAY)는 11일 코인원에서 610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클레이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생태계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가상자산이다. 

11일 오후 6시 30분 UST가 0.5 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11일 오후 6시 30분 UST가 0.5 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진: 코인마켓캡]

특히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코인이 흔들리자 시장 불안감이 더 커졌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와 1:1 가치로 고정돼 있어 안정성이 있다는 이유로 그동안 하락장에서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번 하락장에 세계 3위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테라 생태계 코인들의 가격이 연일 폭락세다. 

UST는 알고리즘 기반으로 달러와 일대일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UST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테라의 또다른 거버넌스 토큰인 루나를 주면서 UST를 초과 구매토록하는 방식이다. 

UST의 달러간 일대일 가격 고정이 깨져 있는 상황이 10일에 이어 11일에도 계속 됐다. 11일 오후 4시13분 기준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UST 가격은 0.4538에 거래되고 있다. 여전히 달러 대비 일대일 비율을 회복하지 못한 셈이다. UST 가격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루나 가격이 80% 넘게 하락하면서 설정된 메커니즘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은 모양새다. 

코인베이스 로고.
코인베이스 로고.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인베이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11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4억3000만달러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가상자산의 변동성 특징을 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주를 달랬지만 실적 발표 당일 주가는 전일대비 12% 넘게 하락, 72.9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3월 말 대비 회사 주가가 70% 넘게 하락한 것이다. 

비트코인을 적극 사들이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주가도 지난 한주 대비 34% 넘게 하락했으며 가상자산 채굴을 주특기로 하는 라이엇 블록체인 주가도 지난주보다 30% 내렸다. 

지난 한해 큰 주목을 받았던 NFT(대체불가토큰) 시장도 이전처럼 활기찬 모습이 아니다. 씨넷에 따르면 지난 8일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시에서 NFT 거래 규모는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치였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NFT 관련 데이터 사이트를 인용, 지난주 하루 평균 NFT 거래 건수가 1만9000건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9월 22만5000건 대비 92%나 급감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은 이 변화 배경에 대해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시장에서 위험자산 회피가 확산되고 있고, NFT 시장은 여전히 투기적인 성격의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가상자산 시장 전반적으로 동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특히 UST 사태가 주는 공포감 확산과 그 영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UST 폭락으로 인해 USDT 등 예치금 담보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건전성 여부가 화두가 될 것"이라며 "인플레 압력 등 매크로 환경에 대한 긴장감이 높은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규제로 크립토 시장은 유동성 축소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고, 단기적인 위축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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